걷다보면 내 발의 가장 약한 부분에 물집이 잡히곤 했다. 물집은 내 몸에서 물렁물렁하고 가장 쓰라린 곳이 된다. 그 작은 물의 방은 내 생활 전체를 지배하고 어디를 가도 통렬한 아픔으로 자신을 혹사한 나를 꾸짖곤 했다. 그렇게 며칠을 고생하다 어느날 문득 더이상 아프지 않게 되면 물집이 잡혔던 부분은 어느새 굳은살이 되어 있었다. 그 며칠의 고통이 삽시간 사라진 것이 신기해서 검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곤 했다. 그 날부터 그 곳은 내 발에서 가장 강한 부분이 된다. 긴 여행의 가장 믿을만한 친구이지 걸어온 길들에 대한 훈장.